D I G I L O G 어느 디지로그 세대의 고백(아날로그의 이유 있는 재등장)



엔딩 크레딧

친구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편지지를 사고 펜과 스티커를 직접 골랐던 때가 있었다. 속지를 골라 나만의 다이어리를 채우기도 했고, 부품 하나하나 조립해가며 만들었던 미니카와 로봇을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물건을 만지는 것으로부터 얻었던 감각적인 경험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것을 탐구하는 영역이 더 중요한 때로 변모해 갔다. 손 편지 대신 ‘이메일(E-mail)’이 대중화 됐고, 여행 전 필름 카메라를 점검하던 엄마와 필름 몇 통을 사오던 아빠의 모습도 사라진지 오래다.


이와 더불어 한때 세계 각국에 1,600개 매장을 거느린 장난감 회사 ‘토이저러스(TOYSRUS)’가 스마트 폰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은, 단순 하나의 기업이 몰락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뒤 얻은 효율성 대신, 다이어리와 필름 그리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때의 추억들이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소리도 된다.


아날로그의 시대는 이제 막이 내리고 있다. 물론 그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던 제품들도 지난날의 영광을 뒤로한 채 마지막 인사를 나눌 준비 중이다.




앵콜 요청

실생활에 있어서 보다 효율적인 측면을 추구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그렇기에 당연히 소비자들은 디지털을 일상에 녹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분명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허나 그만큼 여유와 자유로운 사고는 잠식됐다. 종이 위 펜으로 직접 쓰는 글씨가 창작하는 데에 키보드 보다 탁월했고, 인쇄된 종이를 손으로 넘기는 것이 화면을 스와이프 하는 것보다 다양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더 도움을 주었다.


너도 나도 편리함을 외치던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들은 이제, 불편함을 조금은 감수하고서라도 이전의 시대를 추억하고자 한다. 그때의 감성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찾으며 아날로그의 ‘앵콜’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일기를 쓰거나 메모를 할 때 포스트잇과 메모장, 다이어리를 고집하는 이들(나와 같은 경우)이 있는가하면, 직접 모으는 CD가 MP3보다 낫다는 이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에는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책이나 가구 등의 체험을 즐기는 이들도, 프로그램도 많아지는 추세. 아마도 이건 기계가 주는 이점은 챙기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계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 아닐까?


레코드판으로 음악을 듣는 행위는
하드 드라이브의 음악을 꺼내 듣는 것보다
더 큰 참여감을 준다.


턴테이블의 바늘을 정성스레 내려놓는 행위,
레코드판의 표면을 긁는 듯한 음악 소리가
스피커로 흘러나오기 직전 1초 동안의 침묵.
레코드판이 주는 경험에는 계량화할 수 없는
풍성함이 있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경험이다.


- <아날로그의 반격> 프롤로그




제 2막.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동거, 디지로그

이미 디지털의 맛을 본 우리들이 아날로그가 그립다는 이유만으로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모두 겪은, ‘디지로그(DIGILOG, Digital+Analog)’세대(1980~90)들은 그 둘이 사이좋게 공존할 방법에 대해 늘 고민했다. 0과 1밖에 모르는 차갑고 냉정한 디지털에 인간미 넘치는 아날로그 감성을 더한다면, 옛것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극변한 디지털 사회의 변화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분명 긍정적인 도움이 될 터.


이에 각 기업들은 디지털 제품에 아날로그 감성을 곁들인 디지로그 제품들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마케팅 분야도 그 흐름에 빠르게 탑승했다. 대표적으로 ‘삼성(SAMSUNG)’이 출시한 ‘갤럭시 노트’는 펜으로 직접 써 내려가는 감성을 원했던 이들에게 ‘완전히’ 통했으며, ‘에스케이(SK)’의 ‘100년의 편지’ 마케팅은 빠르게 주고받는 전자메일 속에서 느끼지 못한 묵직한 진심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성공적인 디지로그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이제는 제품의 기능과 성능 면에서 기업 간의 격차는 실감하기 힘들어졌다. 소비자의 실질적인 니즈를 충족시킬 감성을 디지털에 얼마만큼 잘 녹이느냐에 따라 신제품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온라인 시장 ‘아마존(AMAZON)’이 뉴욕 맨해튼에 서점을 열면서, 오프라인으로 진출한 것만 보아도 이미 그 흐름은 뻔한 결과. 고비용, 비효율로만 여겨졌던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다양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재탄생될 것이다.


디지털에게 패배했던 아날로그가 다시 디지털과 만난 제 2막, 디지로그 시대. 우리는 이제 이 혁신적이고도 잠재력 있는 현상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필름카메라가 스마트 폰에, < 구닥(GUDAK) >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연상케 하는 스마트폰 어플.

옛날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찍은 사진을 보기 위해서는 3일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더 스마트해진 시계, 소니 < WENA >

스마트 시계는 이용하고 싶으나 시곗바늘은 놓칠 수 없었던 이들에게는 희소식.

‘WENA’는 기능을 헤드가 아닌 시계 줄에 넣었다.

블루투스 기반으로 작동되며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 지원한다.







블루투스 오디오, 야먀하뮤직코리아 < TSX-B72 >

블루투스 LP판에 이어 이제는 블루투스 오디오 까지 등장했다.

클래식한 레트로 디자인에 아날로그 조작법이 장착되어 있으며,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깊은 사운드를 낸다.

그 외에도 시계 및 알람, FM 라디오 등 실용성을 가미한 다채로운 기능을 갖추었다.







액정에 그리는 그림, 와콤 < 잉클링(Wacom Inkling) >

종이에 전자 펜으로 메모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면 그것을 PC에 그대로 옮겨주는 시스템.

전자펜의 동선을 인식하는 스캔클립을 종이 위쪽에 고정시키면 된다.







스마트폰 프린터, 후지필름 < 인스탁스 쉐어(Instax Share) >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즉석 필름 형태로 인화할 수 있도록 개발한 휴대용 프린터.

앱과 연동해 보정이 가능하며 즉석으로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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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LEE SI EUN

이시은
2018-04-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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